새벽 5시
아직 한참 어두울 때 알람이 울렸다
한라산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인가,
그저 한라산을 등반한다는게 설레여
잠을 설쳐버렸다
등반 시작 시간이 6시라서
승집, 희우와 빠르게 준비 후 한라산으로 출발했다
승집이는 이번이 18번째 한라산 등반이라고 한다
나와 희우는 첫 등반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절망도 모른채
즐겁게 이야기를 하며 한라산으로 향했다
중간에 장갑과 김밥을 사기 위해 잠시 편의점에 들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라산 입구에 도착했다
등산화로 갈아신고,
배낭을 점검하고 등반 시작 전 초코바 한개 먹고 출발 :)
코로나 이후 한라산 관음사 코스를 올라가려면
예약이 필수다!
QR코드로 입장시 검사하기때문에
꼭 예약하고 출발하길 바람!
한라산 등반 전 주의사항 !
출발 전, 승집이에게 조언을 하나 들었는데
하나의 옷으로 계속 등반하는게 아닌
옷은 가능하면 바람을 막아주는 옷으로 가볍게 시작하여
땀이나면 벗고, 추울땐 껴입을수 있는 두꺼운옷을 함께 들고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절대! 절대로 면티를 입으면 안된다고...! 땀을 전부 흡수하기 때문에
체온조절과 무게등으로 등반이 무척 어려워 질 수 있다
나는 기능성 티셔츠에 얇은 바람막이로 시작하여
후드와 조끼패딩까지 챙겨갔다
새벽 6시라서 그런지
한라산은 시작부터 한치 앞이 안보일만큼 깜깜했고
우리는 핸드폰의 라이트를 키고 등반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경사가 높지 않고
흙길과 돌길이 반복되어 나와
그리 힘들지 않게 등반할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씩 해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점점 땀이 나고, 숨이 차더라
보통 왕복 8시간에서 10시간정도 걸리는 관음사 코스인데
아직 얼마 올라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 겁이났다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내가 정상에 올라갈 수 있을까?
그렇게 힘들어 할 때 쯤
승집이가 곧 첫번째 관문이 나온다고 언질을 줬다
그래도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작은 쉼터가 나오니 참고하세용! (참고 등반하라는 소리)
계단을 다 올라가니 진이 빠지더라
슬슬 눈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조금만 올라가도
허벅지와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보통 쉬지않고 한라산을 등반한다는 승집이가
우리 때문에 계속 기다려줘서 고맙고 미안했다
그 덕분에 이런 재미있는 사진도 건짐 ㅠ.ㅠ
등반 도중 250M마다 표지판이 나오는데,
윗 번호 5번은 관음사 코스를 의미한다
아랫 번호는 1부터 시작하여 34까지 존재함 !
즉 1이 시작점, 34번이 정상 백록담이다
계속 땅만보고 헉헉 대면서 혼잣말로 아주 작은 욕을 읊으며 올라간 기억이 난다 ㅋ.ㅋ
올라가다 보니 슬슬 등산화로 올라갈 수 없을만큼 눈이 많아졌고
내가 한번 미끄러져, 그 구간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아이젠 착용하고 올라가는거 아니에용!!
처음 착용해봤는데 미끄러지지 않는 편안함...
그렇게 몇번을 멈췄다 출발하다보니
두번째 대피소에 도착했다
고도가 높아졌고, 사방이 눈이라
날씨가 굉장히 추워졌기 때문에
대피소에서 초코바를 하나 먹고 옷 갈아입고 출발하기로 했다
사실 여기서 셋이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안올리기로 결정함 ㅎ.ㅎ
대신 대피소에서 보이는 이 경치를 드리겠습니다
내 옆으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는게 보이고
설산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이 풍경을 너무 담아오고 싶었음 ㅠ.ㅠ
재 정비 후 셋이서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 :)
사실 여기서부터가 정말정말 힘들었다
얼마나 힘들었냐면
여기서 부터는 너무 힘들어서 사진도 몇장 못찍었을 정도
정말 힘든 구간이 한 곳 있었는데
미친 경사와 미친 계단수를 자랑하는 계단길이다
지금 까지의 코스는 장난이었다는 의미로
이 계단을 우리끼리 진심계단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기에서만 몇번을 멈춰섰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이러다가 허벅지가 터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정도로 힘들었다
그냥 하산할까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이 올라와 버림 ㅎ...
일부러 너무 멀리 왔을때 돌아가지 못하도록 이렇게 코스를 짜놓은건가..?
겨우겨우 진심계단을 돌파하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코스가 안힘든건 아니었음..똑같이 힘들어요...)
온 몸에서는 땀이 나고 있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씨는 너무 추워서
머리카락이 얼어가고
내 체온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정말 다 포기하고 싶을때 고개를 들어보면
내가 살면서 이런 풍경을 언제 볼 수 있을까?
이걸 위해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게 힘들 때 마다 고개를 들어
설산을 바라 보았고,
이내, 힘들어 하던 표정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보이는 정상을 예고하는 표지판
이 표지판을 본 이후는
셋이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멈추지않고 열심히 등반한 기억이 난다
마치 달리기 할 때 마지막 스퍼트를 내는것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한라산 백록담 1950M !!
정상까지 3시간 50분 걸렸다
한라산의 정상 1950M의 백록담에 드디어 도착을 했다!!
이제 편하게 사진찍고 밥먹을 생각에 즐겁기만 했는데,
사실 이 날 역대급으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말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농담이나 과장이 아니라, 웬만한 태풍은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바람 한번에 모든 사람들이 휘청거리고
사진을 찍기위해 카메라 조차 똑바로 들지 못하고, 앞을 못 볼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
하지만 백록담을 보기 위해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올라왔는데
무서움과 추위에 덜덜 떨면서 결국 건진 사진 한장
바람만 좀 덜 불었다면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그게 가장 아쉽다 ㅠ.ㅠ
그리고 날씨도 굉장히 추웠다
결국엔 패딩조끼까지 꺼내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손에는 감각이 없고, 온몸이 덜덜 떨려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날 얼마나 날씨가 추웠냐면,
컵라면을 먹기위해 뜨거운 물을 부었는데
3분뒤 라면물을 보니 차가운물이 되어있었고
면은 하나도 익지 않아 과자인채로 먹음 ㅋㅋ
리얼 감동 실화 ㅠㅠ
내가 너무 추워한 탓에 사진만 찍고 하산하기로 했다
정말 동상 걸린것처럼 손에 아무감각이 없어서 무서웠음 ㅠㅠ
사실 올라오면서 걱정했던건
하산할 때는 얼마나 힘들까? 였다
이미 등반할 때 체력을 다 썼던지라
엄청 걱정했는데
이미 내 몸은 얼른 내려가서 몸을 녹여야 한다는 생존 본능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더라 ㅎ.ㅎ...
내려가는 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승집, 희우, 나 순서로 내려갔고
중간에 초코바를 먹기위해서,
그리고 아이젠을 벗기 위해서를 제외하면
한번도 멈추지 않고 내려갔다
그렇게 2시간 50분만에 한라산 입구까지 하산할 수 있었다
대충 왕복 6시간 조금 넘게 걸렸는데
승집이가 첫 등반치고는 굉장히 빨랐다며 칭찬해줬다 ㅠ.ㅠ
숙소로 돌아와 꿀맛같은 샤워를 하고
희우와 함께 바로 침대에 뻗어버렸다
저녁시간이 되어 일어나니
경민이가 구운 주먹밥을 해줬는데
등반 후 이렇게 따뜻한 밥을 먹으니 너무 맛있더라 ㅠ.ㅠ
갱's 키친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한동안 허벅지의 후유증이 굉장할 것 같지만
그 어렵다는 한라산 관음사 코스를 완등한게 너무 뿌듯하다
거의 뭐 인생 최대업적 ㅎ..
평생 한번쯤은 등반해보길 꼭 추천한다
눈 내린 한라산은 정말 장관이니까..!
난 이번에 한라산도 완등하고, 설산까지 담아왔으니
내 인생에 더 이상의 한라산은 없다 ㅎㅎ